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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30분 전… 직장인들은 '들썩들썩'

▲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반찬을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부분 직장인들은 오전 11시30분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시계를 자꾸 바라보지만 시간은 잘 가지 않는다. 하고 있던 업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빛들이다.

바로 ‘점심시간’이다. 직장인들은 오전 11시만 넘으면 점심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일과 중 유일한 ‘공식적인’ 휴식시간이기 때문. 30분 전부터 엉덩이가 근질거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오후 12시가 넘으면 회사 근처 식당들은 직장인들로 붐빈다. 줄을 길게 서 있지만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표정은 전혀 어둡지 않다. 오히려 밝다.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엔 잠시나마의 해방감도 엿보인다.

점심시간은 밥을 먹는 것 이외에도 직장인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준다. 점심시간 ‘1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낮잠을 통해 재충전을, 또 다른 누구에겐 동료들과의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직장인들에게 있어 점심시간은 사막 위에 있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퇴근시간 다음으로 직장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점심시간. 이 1시간 동안 이뤄지는 직장인들의 다양한 행동에 대해 알아보고, 또 어떤 고충이 있는 지 살펴본다.

◇밥 보다 ‘인터넷 서핑’

많은 업무로 인해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겐 휴식의 여유가 없다. 있다고 해도 눈치 때문에 마음 놓고 쉬지 못한다. 한국 직장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자유다. 어떤 무엇을 해도 회사에서 간섭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딴 짓’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점심시간에 밥을 15분 만에 먹고 사무실로 올라온다. 그리고는 불 꺼진 사무실에 앉아 여유롭게 인터넷을 접속한다. 걸그룹 얘기가 나오는 연예기사도 보고, 포털사이트에 게재되는 웹툰도 즐긴다. 김씨에게 이 시간은 유일한 낙이다.

김씨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경직된 상태로 일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점심시간은 유일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0~20분(47.0%)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론 △20~30분(33.0%) △30~40분(10.3%) 등이 뒤를 이어 80%가 넘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30분 이내에 끝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인 절반 이상은 점심식사 후 남는 시간을 인터넷 서핑(34.8%)과 수면(24.5%)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언급된 김씨와 같은 직장인들이 2명 중 1명 꼴이라는 얘기다.

이는 ‘밥’보다 ‘휴식’을 택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과중한 업무에 치여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의 현실을 잘 대변해준다.

이외에도 직장인들은 △동료들과의 수다(16.6%) △운동 및 산책(11.1%) 등으로 점심시간을 활용했다.

이에 대해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퇴근 후에는 좀처럼 여유가 나지 않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활용도가 매우 높은 시간”이라며 “수면·휴식 등을 재충전도 좋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이나 정보검색에 활용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 자료제공=인크루트
◇상사와 점심 “체할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의 파트너로 어떤 사람을 선호할까.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파트너 1위로 동료직원들이 꼽혔다. 무려 76.6%의 지지를 받았다. 적어도 점심시간엔 자유스럽고 편한 분위기를 누리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싫은 사람은 누굴까. 직장인들은 직속상사(57.7%)를 1위로 꼽았다. 직장인 절반 이상이 상사와 점심식사를 하기 꺼려한다는 뜻이다.

마케팅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28)는 점심시간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다. 하루 종일 마주보고 일하고 있는 직속상사와 둘이 점심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도 별로 좋지 않다. 뒤끝이 심한 상사는 점심을 먹을 때조차 예전 얘기를 들추며 김씨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재충전을 해야 할 점심시간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얻어가는 셈이다.

김씨는 “유일하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점심시간조차 상사와 같이 있으니 밥을 먹어도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며 “내게 있어 점심시간은 또 하나의 고역”이라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상사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후배들이 야속하다는 입장이다.

모 합금철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엄모 차장(42)은 “점심시간에 후배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가까워지고 싶은데 12시만 되면 쌩하니 나가버린다”며 “때문에 점점 벽이 생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쉽다”고 말했다. 직급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나날이 오르는 점심값에 ‘울상’

분명히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의 오아시스다. 하지만 불만인 점도 있다. 나날이 오르는 점심값이 그 장본인이다. 때문에 지갑이 얇은 직장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은 점심값이 많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남녀직장인 1226명 중 63.5%가 ‘많이 올랐다’로, 33.4%는 ‘조금 올랐다’로 답해 총 96.8%가 점심값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평균 점심값 추이를 살펴보면 나날이 고공행진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의 평균 점심값은 △2009년 5193원 △2010년 5372원 △2011년(3월 기준) 5551원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강남 지역의 직장인들은 더욱 울상이다. 다른 지역에서 6000원하는 순댓국이 강남에선 7000~8000원 정도다.

테헤란로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백모씨(31)는 “점심값으로 나가는 월 지출이 상당하다”면서 “특히 강남은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더 비싼 편이라 최근엔 편의점 도시락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은 가격이 보통 2000~3000원 사이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가 좋다. 각 편의점들도 이런 인기에 상응해 다양한 저가 도시락 메뉴들을 개발, 시판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29)는 “요새 편의점 도시락은 가격 대비 맛도 괜찮아 직장인들 사이에서 단체로 구입해 먹기도 한다”며 “인기가 많아 늦게 가면 못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인들의 점심 인기 메뉴 1위는 김치찌개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김치찌개는 2009년, 2010년에도 직장인 점심 메뉴 1위로 꼽힌 바 있다.

김정유 기자(thec98@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