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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생활 정보

라면 끓일 때, 면이 먼저일까 스프가 먼저일까

가장 잘하는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라면'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라면을 과연 '요리'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출출할 때 라면만큼 구미를 당기는 것은 확실히 많지 않습니다. 그런 인기에 힘입어 라면 동호회가 번성하는 것이겠지요.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라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 그 순서에 라면을 맛을 좌우하는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면발의 상태가 라면 맛 좌우 
요즘엔 많은 분들이 라면을 찾고 또 다양한 방법으로 끓여 먹다 보니 새로운 라면 요리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만난 어떤 사람은 “라면 요리법을 26가지 알고 있다”며 자랑을 하더군요
 
하지만 라면을 끓일 때 이슈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오히려 그것이 더 궁금하지만, 이왕이면 더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생각해 보면 라면의 국물 맛은 어떻게 끓여도 비슷할 테니, 면과 스프의 순서는 결국 '면의 맛'과 직결되는 것이겠죠? 면이 덜 익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면이 너무 익거나 불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코 불지 않는 라면을 만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래 전, 삶은 후에 아무리 오랫동안 놔 둬도 불지 않는 당면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당면은 매우 잘 팔렸지만, 얼마 후 플라스틱에 공업용 본드를 섞어서 만든 것이라는 것이 들통 나서 금세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불지 않으면서 몸에도 좋은 라면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그럼 이제 라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살펴볼까요?

면을 먼저?
팔팔 끓는 물에 면을 넣으면 끓던 물이 잠시 끓기를 멈추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면이 물의 열을 흡수해서 물의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몇 초 후 또 다시 끓기 시작하는 물에 스프를 넣으면 이번에도 끓는 것을 멈추는데, 불의 세기와 물의 양에 따라서 다시 끓기 시작하는 데까지 십 초가 넘을 수도 있습니다.


 

 

끓는 물에 면을 넣으면, 물이 끓는 것을 잠시 멈췄다가 조금 후에 다시 끓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끓는 물에 면이나 스프를 넣었을 때 물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끓는 것은, 물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면서 '끓는점 오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즉 물의 끓는 온도가 100℃보다 조금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면은 이미 물 속에 넣었는데 뒤늦게 넣은 스프 때문에 물이 끓지 않게 되면, 면이 물 속에 잠겨 있는 시간이 늘어나겠지요? 이렇게 끓인 라면이 맛있을까요?


스프 먼저?

팔팔 끓는 100℃ 물에 스프를 넣으면 끓던 물이 잠시 멈췄다가 몇 초 후 다시 끓기 시작하여 물이 더 빨리 끓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면을 먼저 넣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물에 스프를 넣으면 스프가 용해되면서 물의 끓는점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맞아요. 앞에서 얘기한 '끓는점 오름' 현상입니다. 소금물이 순수한 물보다 높은 온도에서 끓듯이, 물에 혼합물인 스프를 첨가하면 더 높은 온도에서 끓게 됩니다


 

 스프를 먼저 넣어 '끓는점 오름' 현상이 나타난 물에 라면을 넣으면
짧은 시간에 더 빨리 면을 끓여 낼 수 있습니다.

이때 라면을 넣으면 어떨까요? 면을 먼저 넣을 때보다 오히려 면을 더 빨리 끓여 낼 수 있지 않을까요?

* '끓는점 오름' 이란?

물(용매)에 어떤 물질(용질)이 녹아 있을 때는 끓는점이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용매의 분자와 용질의 분자 사이에 친화력이 생겨 서로 손을 꽉 잡고 있는 상태인 만큼, 이것을 떨치고 물 밖으로 뛰쳐나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물과, 다른 물질이 섞인 물의 끓는점은 다릅니다. 물론 후자가 더 높겠지요. 이런 현상을 '끓는점 오름'이라고 합니다. 


결론은 스프 먼저!

면발의 쫄깃함이 라면의 맛을 결정하는 조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때, 면을 넣는 물의 온도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즉, 보다 높은 온도의 물에서 짧은 시간 동안 면을 끓여 내야 면발이 더욱 쫄깃하다는 겁니다. 끓는점이 높으면 면 익는 시간이 짧아질 것이고, 면 익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면발이 덜 붇는다는 얘기겠죠.

그러므로 면보다 스프를 먼저 넣어 끓는 점을 더 높인 다음 빨리 끓여 내면, 더욱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스프와 혼합된 물이 면발로 스며들기 때문에, 양념도 적당히 배어들겠지요.

물론 스프를 먼저 넣었을 때는 처음부터 물의 양을 잘 맞춰야 하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만, 이건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