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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재테크

신용카드-과연 잘쓰면 약이될까?

by 얌베비 2008. 2. 4.
얼마 전 재정설계를 전공한 대학 교수님과 가벼운 논쟁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저의 주장은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고 교수님의 주장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자신의 모든 지출은 오직 신용카드만을 사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가계수지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용카드란 무엇인가를 쉽게 정의 하면, “먼저 사고 나중에 지불할 수 있는 지불수단의 기능을 가진 신용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에 아무리 좋은 기능이 많이 부과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원칙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습니다. 단순히 지불수단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점은 직불카드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의 계좌에 현금을 보유하여야 지불이 가능한 직불카드는 현실세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아니다”라는 논쟁은 현실세계에서 큰 의미가 없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지불수단으로서 신용카드를 인식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먼저사고 나중에 지불하는 수단”이라는 것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에 대한 잘못된 세 가지 믿음.
신용카드와 관련된 문제들의 대부분은 두 가지 원인에서 기인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첫째가 “신용카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가 “나는 신용카드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입니다.

신용카드는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에는 돈이 부족해서 빌리게 됩니다. 그런데 신용카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이 여유가 있더라도 돈을 빌리게 됩니다. 그 빌린 돈에 이자가 붙든 붙지 않든 간에 먼저 사고 나중에 지불하는 것은 빌린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신용카드 사업자는 고객이 할부 없이 지불수단으로써만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을 방치하지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모두 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신용카드 사업자는 단순한 결제 수수료 만으로는 사업을 해 나갈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고객 서비스인 셈이죠. 따라서 빌려주는 사람은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가면서 우리가 신용을 사용하도록 부추기게 됩니다. 즉, 먼저 사고 나중에 갚으라는 것이죠. 사용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통제 수단을 잘 활용하여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신용카드에 대한 생활의 의존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또 하나의 속성은 자산이 아닌 소비재 구입에 신용카드가 주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아파트를 사는데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과거 어느 시절에도 먹고 쓰고 입는데 누군가가 돈을 빌려준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는 현명하게 통제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매월 연체 없이 결제하고 있다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닙니다. 신용카드의 속성을 이야기 하였듯이 사용으로 인하여 늘 예산을 넘어설 가능성이 존재하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이죠. 예산을 작성할 때에는 현재의 가계수지 균형을 넘어서 미래에 대한 설계를 포함하여야 합니다. 현재의 결제 문제가 없는 예산이라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충분한 예산인지 여부를 확인해 보아야 하는 것이죠.
한편, 모든 이들이 현명한 통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통계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단순한 연체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3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처음 카드를 사용할 때에는 모두 현명한 사용자였을 것입니다.

소득공제 효과로 세금이 준다?
그렇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사용금액의 일정 액을 연말에 소득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득공제라고 하는 것의 한도가 매우 적어 엄청나게 많은 금액을 사용해야 약간의 공제가 가능합니다. 현금을 쓰는 것 보다는 나은 제도적 지원이기는 하지만 결코 가계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당신이 1000만원을 더 쓰면 20만 원을 돌려 주겠다”라는 계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면 역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지불방법을 활용하겠다는 주장 역시 현명하게 신용카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상에 근거합니다.

당신은 현명한 사용자입니까?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에 이렇게 잘 못된 사용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된 몇 가지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첫째, 작성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세요. 즉, 신용카드는 지불수단으로만 인식하시라는 의미와 예산을 작성하고 통제를 하시라는 의미입니다.
둘째, 매월 반드시 결제하되 할부나 이자가 지불되는 거래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할부가 필요한 비싼 물건을 살 경우라면 미리 저축된 돈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셋째, 카드 사용으로 인하여 예산이 2개월 이상 초과한다면 가위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기본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카드사용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누군가가 다치거나 등의 특수한 상황이 있게 마련입니다.
평생 카드를 쓰지 말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명하게 카드 사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