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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세수하면

벨로e 2012. 3. 6. 14:48

한겨울에도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내놓고 다니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다.

가리면 불편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얼굴은 다른 부위보다 추위에 강한 듯하다. 왜 그럴까?

한의학에서는 눈, 코, 귀, 입으로 모든 경락의 혈기와 진액이 공급되므로 얼굴이 훈증되고,

얼굴은 피부가 비교적 두껍고 단단하며,

또 모든 양경맥(陽經脈)이 얼굴에 모이기 때문에 추위에 강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 몸의 여러 부위에서 피부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측정해보면 얼굴 피부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가장 많아서 동상을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또 가슴이나 배는 따뜻할 때 편안함을 느끼지만 얼굴은 시원할 때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고 한다.

한의학적 이론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다 잠이 올 때는 왜 찬물에 세수를 할까?

추위를 잘 견디는 얼굴보다는 추위를 싫어하는 배에다

찬물을 뿌리는 것이 더 자극이 크지 않을까? 이것은 직접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배에 찬물을 바르면 대변이 더 마려울 수는 있어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은 크지 않을 것이나,

세수를 하고 나면 세상이 더 맑고 뚜렷해 보일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음경맥이 활성화되면 자게 되고,

양경맥이 활성화되면 깨는 것으로 보는데 얼굴은 모든 양경맥이 모인 곳이므로 얼굴을 자극하게 되면

각성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얼굴을 차게 하는 것이 신경계와 내분비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 중에 체온이 올라갈수록 피로감도 커져서 운동을 지속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

이때 다른 곳보다 얼굴을 차게 해주면 피로감이 줄어들어 더 오래 운동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관여하지만 대표적인 것이 프로락틴이다.

체온이 올라가면 뇌하수체전엽에서 프로락틴의 분비가 증가하는데

얼굴의 온도를 떨어뜨리면 프로락틴의 분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프로락틴은 젖과도 관계가 많은데 흥미로운 점은 얼굴의 가장 넓은 영역에

분포하는 경맥인 위(胃)경도 젖을 거쳐서 내려가므로 한의학적으로도 얼굴과 젖이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의할 점은, 얼굴을 차게 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굴을 너무 차게 하면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올라간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겨울철 야외 활동 시엔

머리와 얼굴의 보온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